2023. 2. 20. 21:00ㆍIndustry/Landscape
1. 상승하는 에너지 가격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 중이다. 2023년 1월, 한국가스공사는 결국 국내에 공급되는 가스 가격을 상승시켰다. 사실 한국가스공사는 그동안 서민물가 안정이라는 명목하에 막대한 손해를 보며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했다. 이로 인해 2021년 한 해 약 7000억 원의 미수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데이터에 의하면 그동안의 미수금은 무려 9조 원에 육박한다. 미수금이란 쉽게 말해 외상값이다. 즉, 받지 못한 돈이다. 보통 외상값은 매출채권으로 취급한다. 그리고 매출채권은 일반적으로 유동화를 통해 현금흐름을 원활히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드사는 고객들에게 아직 받지 못한 돈을 매출채권으로 취급하고 이를 유동화하여 자금을 유연하게 조달가능하다. 그러나 미수금은 그렇지 않다. 특히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외상값이라기보다 영업손실에 가깝다.
한국가스공사 측에서는 가스 원가가 하락할 경우 발생하는 차익으로 미수금을 회수하거나,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차환하고 채권발행한도가 소진되면 한도를 증가시키는 식으로 버텨왔다. 마치 카드 돌려막기와 유사하다. 그러나 이는 미래의 후손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임시방편일 뿐,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다. 결국 더 크게 탈이 나기 전에 한국가스공사는 2023년이 되면서 소비자에게 일부 부담을 전가하게 되었다.
2. 도시가스요금 구성
한국의 도시가스는 90%이상이 천연가스, 그 중에서도 LNG다. 지정학적 특성상, 한국에서는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받는 PNG를 얻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액화 가스를 선박을 통해 운송하는 LNG를 공급받는다. 한국가스공사에서는 카타르 등 16개국으로부터 LNG를 수입해 인천, 평택, 통영 기지에서 가스를 기화시킨 후 지역별 도시가스업체들에게 판매한다. 때문에 한국의 도시가스요금은 다음과 같이 원료비와 도매 요금, 소매 요금으로 구성된다.
3. 도시가스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이처럼 한국의 도시가스요금 구조는 단순하다. 현재 구조로는 국제정세, 기후, 정부의 미숙한 대처 등의 요인으로 인해 원료비, 즉 수입가격이 상승하면 한국가스공사는 어마어마한 적자를 감수하거나 일반 대중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선택밖에 할 수 없다. 때문에 한국의 가스산업은 현재의 가격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1. 첫째로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한 수익 창출이다. ESG 기술 발전 덕분에 한국가스공사의 탄소배출 규모는 해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탄소배출시장의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러한 탄소배출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판매를 통해 친환경 비즈니스를 영위함은 물론, 수익 구조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2. 둘째로 에너지 시장에 더 많은 참여자들을 끌어들여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에너지 산업은 원산지에서 에너지를 공급 및 생산해 각 수요처에 전달하는 탑다운 방식의 단순한 구조다. 그러나 마치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것처럼, 개인 및 조직들이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을 통해 잉여 에너지를 판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 가스 공급자는 일정 한도까지 현재와 같이 기본금액으로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리고 초과 수요는 다른 이의 잉여 에너지를 구매해 사용할 수 있도록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한 시장을 조성한다. 각 수요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며, 한국가스공사는 단순 에너지 공급자를 넘어서 플랫폼 관리자이자 커뮤니티의 중재자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포스코 등의 민간기업이 LNG를 직매입하기 시작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위기의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든 그것이 일반인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모두가 win-win하는 시스템을 잘 설계하고 적용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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