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업점의 역할

2022. 11. 17. 21:00Issues & Thoughts/Improvi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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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대면 금융 시대의 도래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신한은행이 모바일 뱅킹앱 쏠(SOL)을 기존의 코어뱅킹에서 분리해 비대면 전용 디지털 뱅킹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2022년 10월 말부터 새롭게 구축된 모바일 앱을 선보이게 됐다. 프라이빗 클라우드 기반의 MSA 구축을 통해 기능을 빠르게 추가하고 수정하는 등 상황에 맞는 유연한 개발 및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심지어 향후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전환 또한 고민 중이라 한다. 폐쇄적이기만 하던 시중은행의 변화를, 비록 속도는 더디지만, 긍정적이라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응원한다.

 

이처럼 비대면 채널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미 2020년 8월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비대면 신용대출 약정 수는 영업지점 신용대출 건수보다 많으며, 금액 또한 2.37조원으로 전체 신용대출 금액의 44%에 이른다. 심지어 4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의 경우, 2022년 8월 기준 전체 적금 판매 실적의 89%가 비대면을 통해 이뤄졌다.

 

이와 더불어 은행 지점, 즉 영업점의 숫자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영업점은 과연 마냥 쓸모없는 비용 덩어리일까?

과거 은행 영업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미래 영업점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할까?


2. 영업점의 과거와 현재

한 때 비즈니스 핵심 전략은 규모의 싸움이었다. 이는 생산뿐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적용되는 전략이었다. 대표적으로 월마트의  성공을 살펴보자. 월마트 탄생 전 미국의 마트들은 주로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월마트는 체계적인 물류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작은 소도시 곳곳에도 지점을 운영했다. 사람들은 차를 타고 몇 시간 나가지 않고도 집 근처에서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자 이에 열광했다. 은행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치 모세혈관이 몸 속 곳곳에 뻗어 세포들과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거래하듯이, 은행은 지역 곳곳에 지점을 열고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제 세월이 흘렀고 세상이 바뀌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업점을 방문한 적이 언제쯤인가 생각해보자. 또한 무슨 일로 방문하는지도 생각해보자. 특히나 젊은 연령층일수록 대부분의 간단한 업무는 모바일로 처리했을 것이다. 현재 은행업은 변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사람들은 더이상 지점을 찾지 않는다. 아직은 개인 고객 위주로 서비스가 전개되고 있기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수익 상황은 좋지 못하다. 그러나 마치 아마존의 매출이 얼마전 월마트를 넘어섰듯이 시중은행 또한 누가 언제 앞지를지 모를 일이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실제로 현재 영업점을 찾는 개인 고객들은 주로 고령층이라고 한다. 정수기 수통에 동전을 잔뜩 모아와서 저축을 요구하시는 분, 날씨가 더워서 에어컨을 쐬러 들어오시는 분, 방역 관련 앱 설치를 대신 해달라며 요청하시는 분... 다양한 분들이 은행의 수익보다 지출이 큰 업무, 심지어 은행과는 무관한 업무를 위해 지점을 방문한다. 영업점 직원들의 말에 의하면, 심지어 어떤 곳은 마치 그 옛날 복덕방처럼 연세 있으신 분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장소로 기능한다고 한다.


3. 영업점의 미래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은행이 영업점 수를 계속해서 줄여나가는 것은 어찌보면 타당해보인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을 점령한 아마존이 오프라인으로 그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오프라인의 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은행 영업점 또한 마찬가지다. 필자는, 오프라인 영업점을 잘 활용하면 분명히 충성 고객과 막대한 수익을 확보하는 채널로써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만, 기존과는 다르게 영업점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은행의 존재 목적은 고객들의 금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돈을 맡기고, 빌리고, 바꾸는 업무가 주이며, 그 외 자산 관리, 상품 추천 등의 업무가 수행된다. 이를 위해 영업점은 프로페셔널을 강조한다. 영업점에 배치된 직원들은 금융 전문가로서 고객의 금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업인이다. 또한 직원 배치와 고객 동선, 매장 인테리어 등도 프로페셔널과 효율을 고려해 구성돼있다. 하지만 이렇게 운영되는 영업점은 디지털화, 고령화, 도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은행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때문에 앞으로의 영업점은 다음 2가지 사항을 고려해 새롭게 정의되고 디자인되어야 할 것이다.

1. 기존의 업무 프로페셔널리즘은 당연, 고객에게 제공하는 주된 가치는 그것을 넘어.

2. 수익을 떠나 고객과 인터렉션,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

 

하나씩 간략하게 살펴보자.

1. 스타벅스는 커피에 있어 프로페셔널하다. 양질의 원두와 기법으로 고객들에게 만족스러운 상품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카페'일까? 그렇지 않다. 스타벅스는 '거실'이다. 스타벅스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주된 가치는 그 옛날 사랑방 내지 응접실, 혹은 서재와 같이 사람들에게 만남의 장과 여유로운 작업장을 제공해준다. 현대 사회에서 집의 사이즈가 점점 작아지면서 거실의 크기도 좁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거실의 역할을 대신해 줄 장소로 스타벅스를 선택하곤 한다. 한마디로 거실을 스타벅스에 아웃소싱했다. 그리고 이렇게 스타벅스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고 난 사람들은 그 브랜드의 충성고객이 된다. '거실'에서 즐긴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에게서 다른 커피 브랜드에 비해 왠지 더 커피가 맛있는 것 같고, 왠지 더 고급스럽고 안락한 느낌을 받는다.

 

은행 영업점 또한 마찬가지다. 은행의 업무에 있어 프로페셔널함은 당연해야한다. 그러나 거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영업점은 사람들에게 브랜드의 인상을 강렬히 선사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행 업무 그 자체를 넘어서 영업점이 '어떤 공간으로써 역할을 수행해야할까'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프로페셔널한 커피보다 브랜드 공간이 주는 '거실이라는 가치'처럼, 프로페셔널한 금융 서비스 위에 현대 사회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2. 나이키, 노드스트롬, 보노보스 등 여러 기존 및 신생 업체들은 쇼루밍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매장은 더이상 물건을 직접적으로 판매하는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매장은 고객과 인터렉션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고객들은 매장에서 색다르고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고, 긍정적인 인상을 갖게 된 고객들의 상품 구매는 주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영업점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데 목적을 둬서는 안된다. 영업점은 고객과 인터렉션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고객들에게 색다르고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즐거운 체험을 선사해야한다. 그리고 은행의 상품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단번에, seamless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 옴니채널을 구축하여 고객의 모든 여정지도에 어색함과 병목점을 없애야하고, 기존에는 특별한 고객에게만 제공되었던 PB서비스를 기술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초개인화하여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재 시중은행들의 영업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은행에 있어 영업점은 은행의 최전선에서 전투를 벌이는 핵심 인력이며 디지털 인력 등 기타 인원은 그들은 서포트하는 인력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나 영업점이 핵심이어서는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다. 금융 시스템, 디지털 자원이 은행의 핵심이 되어야 하며, 영업점은 옴니채널 중 하나의 채널로써 작용해야 한다.


4. 정리

위 3가지를 간단히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겠다.

"은행 영업점은 옴니채널 중 하나의 채널로써, 기존 은행 업무를 넘어 고객에게 맞춤화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이를 통해 그들이 브랜드의 충성고객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그 목적이 있어야 한다."

 

요즘 서울 일부 영업점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고 카카오프렌즈샵처럼 귀여운 캐릭터들로 꾸며져있다. 카페 혹은 작은 마트를 1층에 도입한 경우도 보았다.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것은 긍정적이라 본다. 그러나 여전히 "결국은 영업점"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예 정체성을 바꿔야한다. 공간의 브랜딩을 달리해야한다.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의 로고가 떡하니 찍혀있으면 일단 좋지 않다. 이미 사람들의 고정관념 속에 은행 로고는 곧 전통적인 딱딱함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앞으로 영업점은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수십년간 쌓아온 고객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도 비용만 잔뜩 투자하고 별다른 소득이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과연 10년 후, 20년 후, 혹은 50년, 100년 후 은행의 영업점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된다.

 

 

 

 

-모든 이미지는 직접 촬영, 혹은 Royalty Free-

 

-살아가며 느끼고 배운 점들-

 

-특정 집단의 의견이 아닌 개인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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