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기성 권력의 중앙통제

2022. 12. 22. 21:00Issues & Thoughts/Improvi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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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미술과 CIA

잠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듣고 넘어가자.

혹시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현대미술의 아버지는 CIA다."

 

냉전 당시 소련과 미국의 대립은 치열했다. 이는 미술의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소련은 미술을 통해 프로파간다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들의 그림은 사실적이고 영웅주의적인 성격을 띄었다.

 

2020년대인 현재, 아직까지도 뉴스를 통해 시뻘건 글씨로 장식된 북한의 선전 포스터를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 있어 너무나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고, 심지어 조소마저 나오는 페인팅들이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사실 치밀하게 설계된 계획에 어느정도 기인한 것이라면? 흥미롭지 않은가. 놀랍게도 냉전 초기 소련의 선전 활동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매혹됐다고 한다.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소련의 "예술"에 대응할 수단이 필요했다. 때문에 CIA를 비롯한 미국 국가기관들은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서서히 시작되는 소위 "현대미술"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고 지원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이며(어떤 경우 이게 예술인가 싶을 정도로 창의적인), 기존의 미적 관념을 깨부수는 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치밀하게 지원했고 덕분에 뉴욕을 중심으로 새롭게 중무장한 현대미술은 오늘날의 위상을 갖추게 된다. 예를 들어 대규모 자금 지원을 통해 현대미술가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했고, 부유층들의 동참을 은밀하게 때로는 반강제적으로 유도함으로써 예술 시장에서 작품의 값을 높였다. 결국에는 일반대중들마저 현대미술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데 성공했고 자유주의적 가치관을 우수한 가치로 받아들였으며,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물론, 현대미술 발전의 모든 공이 미국 정부에 있다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분명 현대미술의 첫 시작은 미정부의 지원과 무관하게 탄생했고, 아무리 정부가 나서서 작업을 펼쳤어도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면 결국 도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된 데에는 분명 정치적 목적과 공작도 어느 정도 존재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2. 블록체인과 기성권력

이제 본론인 블록체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2022년 현재 블록체인 산업은 휘청거리고 있다. 곳곳에서 사기행각이 팽배하고 퍼블릭 블록체인의 핵심 도구인 코인의 가격은 추락 중이다. 중앙화된 거래소들은 파산을 신청하고 있으며, 공급망이나 금융망 혁신 등의 목적으로 개발된 기업용 블록체인 서비스들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가 줄줄이 끊어지고 서비스가 문을 닫고 있다. 이는 분명히 아직까지 블록체인이 해결해야할 기술적 문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며 나아가 고객들의 painpoint를 해결하는 크리티컬한 비즈니스 모델과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현대미술의 부상에 정부의 개입이 어느정도 있었던 것처럼, 블록체인의 부상을 기성 권력이 원하는 때에 이루어지도록 통제하려하기 때문에 삐걱거리는 부분도 약간이나마 존재할 것이라 본다.

 

나 스스로가 기성 권력 집단이라 생각하고 이 블록체인이라는 녀석을 한 번 바라보자.

 

블록체인의 가장 큰 파괴력은 탈중앙화에서 나온다. 그러나 기성 권력 집단인 나는 탈중앙화를 원치 않는다. 나는 중앙화를 통해 계속해서 기존의 권력을 유지 내지는 확대해나가고 싶어한다. 하다못해 어쩔 수 없이 새롭게 등장하는 혁신적인 블록체인 서비스라도, 중앙화된 서비스이길 바란다. 그래야 바로 그 중앙을 통제함으로써 다른 모든 곳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두 가지 방법을 상황에 맞춰 유동성 있게 사용한다.

1. 사람들이 아예 블록체인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2. 중앙화된 블록체인 서비스를 선보이는 "영웅"들을 만든다.

 

첫째로, 가장 좋은 경우의 수는 탈중앙화의 싹을 자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나는 사람들에게 "블록체인"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들도록 좋지 못한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한다. 국제 정세나 경제적 상황이 마침 어려울 때라면 이런 공작은 더욱 손쉬울 것이다. 운이 좋다면, 사람들에게 권력이 분산된 상황 속에서 또다시 권력을 취하기 위해 귀찮은 작업을 해야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운이 나빠서 탈중앙화가 시장에 대중화된다 해도, 어떻게든 다시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인터넷 산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둘째로, 이왕 이것이 막을 수 없는 물결이라면, 빠르게 편승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탄생시킨다. 탈중앙화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중앙화된 서비스를 말이다. 더 많은 돈과 사람이 중앙화된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높은 명예와 많은 부를 거머쥔 "영웅"들을 만들어야 한다. 돈을 공급하고 도구를 제공하고 가끔 눈도 감아주고 홍보도 해주는 등 은밀하게 많은 부분에 있어서 도움을 줌으로써 "영웅"들을 육성하자. 그래야 사람들은 선망하는 대상을 바라보며 본인 또한 성공할 수 있다는 열망 하에 열심히 산업을 활성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3. 바람

누군가는 공감하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장난처럼 들릴 수 있는 이야기겠다. 또한 이야기의 어조가 다소 부정적으로 들렸을 수도 있겠지만, 기성 권력의 통제가 사실 무조건 모든 측면에 있어서 항상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떠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대미술과 인터넷 산업 등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 있어서 "기성 권력"의 후원은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블록체인 산업 또한 이들과 크게 다르기는 힘들 것이다. 그 어떤 방향으로 기술과 산업이 나아가든지, 그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자세히 알아보기

The Limits of Modernist Art as a 'Weapon of the Cold War': Reassessing the Unknown Patron of the Monument to the Unknown Political Prisoner

 

 

 

 

-모든 이미지는 직접 제작, 혹은 Royalty Free-

 

-살아가며 느끼고 배운 점들-

 

-특정 집단의 의견이 아닌 개인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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